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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학

내진설계 대상 소방설비와 설계 기준

1. 내진설계의 필요성과 법적 근거

지진은 건축물의 구조적 피해뿐 아니라 건물 내부에 설치된 소방설비에도 직접적인 손상을 야기하여 화재 대응 능력을 크게 저하시킬 수 있다. 특히 지진으로 인한 2차 피해로 발생하는 화재는 초기 진압이 지연될 경우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진에 강한 소방설비의 필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6월 소방청 고시 제9호로 ‘내진설계 대상 소방시설 및 내진설계 기준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여 시행하였으며, 이는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통해 명문화되었다.

해당 고시의 주요 내용은 특정 소방대상물에 설치되는 일부 소방시설에 대해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 이에 대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법적 근거는 일본, 미국 등에서 채택하고 있는 국제 기준을 일정 부분 준용하면서, 국내 건축 환경에 적합한 기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스프링클러설비, 물분무소화설비, 포소화설비, 옥내외 소화전설비, 연결송수관설비 등과 같이 배관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설비들은 내진설계의 적용 대상이 되며, 해당 시설들이 지진 시에도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처럼 내진설계는 단순히 추가적인 시공요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화재 발생 시 골든타임 확보와 직결되는 핵심 안전관리 요소이다.

 

2. 내진설계 적용 대상 소방설비

내진설계는 모든 소방설비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에 설치되는 특정 설비에만 의무적으로 적용된다.

고시에 따르면, 연면적 1만 제곱미터 이상 또는 층수가 6층 이상인 특정 소방대상물에는 내진설계를 적용해야 하며, 다중이용시설, 대규모 판매시설, 지하역사, 문화재 보호시설, 노유자 시설, 병원 등 공공성과 안전성이 강조되는 건축물도 포함된다.

내진설계 적용 대상 소방설비는 대표적으로 스프링클러설비, 물분무소화설비, 포소화설비, 옥내소화전설비, 옥외소화전설비, 연결송수관설비, 소화용수설비 등으로, 이들 설비는 대부분 배관계통으로 구성되어 지진에 취약하므로 내진 성능 확보가 필수적이다. 특히 주 배관(Main Pipe) 및 분기 배관의 직경, 길이, 설치 높이 등을 기준으로 내진 브레이싱, 고정 앵커, 내진 클램프 등의 설치 여부가 결정되며, 설계자가 이들 조건을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 아울러 건물 구조물에 직접 고정되어 설치되는 소화설비의 경우, 설치 위치와 지지 방식에 따라 지진 시 탈락 또는 파손 위험이 있기 때문에, 구조 엔지니어링과 소방설비 간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소방시설 설계 시 BIM 기반 모델링을 활용하여 내진 요소를 사전 시뮬레이션 하는 기술도 점차 도입되고 있다.

내진설계 대상 소방설비와 설계 기준

 

3. 내진설계의 주요 기술 기준

내진설계 시 적용되는 구체적인 기술 기준은 미국의 NFPA 13, ASCE 7, 한국소방시설협회의 내진설계 지침 등을 근거로 하고 있으며, 실제 설계와 시공에서는 건축 구조기술사, 소방기술사, 감리자의 협업을 통해 내진 요소가 반영된다. 일반적으로 내진설계는 지진하중에 견딜 수 있는 구조적 보강을 의미하며, 이를 위해 배관을 지지하고 흔들림을 억제할 수 있는 브레이싱, 행거, 지지대 등의 보강 장치가 설치된다.

브레이싱은 횡방향 및 종방향으로 설치되며, 각각은 배관이 지진 발생 시 충격에 의해 흔들리거나 탈락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스프링클러설비의 경우, 주 배관의 직경이 65mm 이상이거나 길이가 12m를 초과하는 경우 내진 브레이싱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클램프와 브래킷, 고정 앵커 등의 자재는 KS 인증을 받은 제품이거나 동등한 성능이 입증된 제품만 사용 가능하다.

설계자는 건축물의 지진구역 계수, 중요도 계수, 연성 계수 등을 고려하여 하중 계산을 실시하고, 이에 따른 구조적 대응을 계획해야 하며, 이러한 계산 결과는 설계도면과 함께 소방청 또는 지자체에 제출되어야 한다. 내진설계는 단순히 규정 준수를 위한 것이 아닌 실제 상황에서 작동 성능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 요소로 간주되기 때문에, 기술자의 윤리의식과 전문성이 매우 중요하다.

 

4. 시공 및 유지관리에서의 유의사항

내진설계는 설계 단계에서의 반영뿐만 아니라 시공과 유지관리 전 과정에서 지속적인 확인과 검토가 요구된다. 시공 시에는 설계도서에 명시된 내진 브레이싱 설치 위치, 고정 방식, 부자재 사양 등을 정확히 준수해야 하며, 감리자는 이를 기반으로 시공 상태를 점검하고 이상 여부를 판단한다.

시공 후에는 ‘내진설계 적용 확인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며, 소방서의 사전 검토 및 최종 감리를 통해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유지관리 단계에서는 내진 설비의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부식이나 고정 해제 등 이상 징후가 발견될 경우 즉시 보수해야 한다. 특히 내진 브레이싱은 보이지 않는 천장 내부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아, 관리자가 평소 점검을 소홀히 할 수 있으나, 실제 지진 발생 시 해당 장치의 상태에 따라 전체 설비의 기능 유지 여부가 갈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소방시설관리업자는 내진설비의 도면 및 시공 내역서를 항상 보관하고, 주기적으로 기술 점검을 실시해야 하며, 건축물의 구조 변경이나 리모델링 시에는 내진성능 검토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법령에 따라 모든 중대형 소방대상물에 내진설계가 의무화되는 방향으로 제도 정비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대비한 기술자의 지속적 학습과 시스템 개선이 요구된다.